요즘들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 색달라졌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그래도 안한다고 선언하고 나서 하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
난 이성애자이고 남자가 좋으니 그 좋은 남자와 사회적 규제의 틀 안으로 뛰어들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서약은 스스로와 하지 않은 상태이다.
요즘 생물학적 결혼 적령기 혹은 출산 가능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자 두려움이 엄습한다.
우린 이미 재생산이라는 코드가 DNA깊이 아로 새겨진 포유류다.
재생산을 하지 않는 개체나, 할 수 없는 개체가 많아질수록 종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생물학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DNA는 자꾸 얼마남지 않은 나의 번식능력을 상기시키곤 한다는 것이다.
명절때 주변에서 "결혼은?" "애는?" 하며 확인하는 것도 자신과 혈연으로 묶인 심정적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늘 주변의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결혼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끊임없이 투덜거리면서도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윽박지른다.
올해 서른셋이 된 나의 친구들 중 결혼하지 않은 친구는 두세명 정도다.
그 중 결혼에 대해 압박을 받지 않는 건 나밖에 없는것 같다.
환상속의 그대처럼 느껴질때가 이럴때다.
난 어쨋건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너무 좋은 나보다 남자가 그렇게 좋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는 내 친구들이 오히려 결혼은 꼭 해야한다과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결혼 못한 노처녀로 만들어 버렸다.
일에 바쁘고, 친구도 많은 내 친구들이 외롭다며 결혼을 해야한단다.
사실 애인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것도 아니고, 결혼한다고 외롭지 않은건 아닌데.
아무 개연성없는 결혼이 이 시점에 왜 튀어나오는건지 알 수 없다.
올해는 꼭 결혼한다는 친구에게.. 그래 꼭 해라며 마음에도 없는 응원을 해주고 나면 뭔가 찜찜하다.
난 결혼한 여자들이 스스로 재생산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는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명절 내내 일을 하고, 당연히 모든 제사에는 가야하고, 당연히 아이는 엄마가 주로 키워야 하고, 집은 깨끗해야하고, 음식도 내가 해야 하고 ...참 요즘엔 돈 잘 벌고 섹시한 외모까지 갖춰야 한다.
우리 엄마들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았을때의 행복감은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포기해야 하는 많은것들을 잊게 만드는 마취제일 수 있다.
울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는 그렇게 거짓말을 대물림해왔다.
당연히 결혼하면 한 남자에게 속한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가끔은 너무도 익숙하고, 때론 그것이 더 쉬워서 그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우리 엄마들이 했던 방식대로 가치관을 대물림하며 아이들을 키운다.
다른 선택을 하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결혼이 관계의 종착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썩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동거를 제안할 생각이다.
이미 결혼한 혹은 대다수 일반적인 사람들은 결혼과 동거가 다르기 때문에 혼전동거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나는 결혼으로 가기위한 어떤 단계로 동거를 설정한 것이 아니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이 어느정도 거리를 갖고 서로의 가족에 의해 침범당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은것 뿐이다.
동거는 절대 결혼은 절대 같을 수 없다.
사회적인 틀밖에 있으므로 동거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살다보면 무기력해지고 타협할 수 있겠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한 결합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훨씬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것이다.
난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보기 위해 결혼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주체적이지 않은 상상력이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작기 때문이다.
모든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을거라고 착각하면 할 수록 결혼은 더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변화에 내 몸을 맡기고 순응하던가, 매사에 꼬치꼬치 따지고 싸우던가 두 노선중 하나를 선책하는 것이 낫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은 많다.
나도 웨딩드레스를 보며 내가 입으면 어떨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 결혼식을 하면 재밌을거 같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이벤트 차원에서....
낭만은 짧고 생활은 길다 했던가.
재밌는 이벤트 일주일을 위해 인생전체를 거는 것은 파생상품보다 위험한 도박이다.
그럼에도 언젠가 내인생 올린해서라도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
아!!!!
난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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