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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에 철푸덕 넘어졌다. 흙탕물에 옷은 다 젖었고 우산은 저멀리 날아가 구겨졌다.
몰골 처참한데 마침 지나가던 차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한 번 더 물벼락을 맞았다.
넘어질땐 챙피하고 부끄러운데 넘어져 앉아 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괴롭힌다.
벌떡 일어나기엔 전의를 상실했고, 계속 앉아 있자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날 쳐다보고 혀를 찰거 같다.

누구는 다 내 잘못이라고, 잘 못 살은 결과를 그렇게 받아 보는 거라고 했고,
누구는 지나가다 새 똥에 맞은 것처럼 재수없는 일일 뿐이라고 했고,
누구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고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고 했다.

불평불만하는 습관과 부정적인 사고로 사는 한 언제고 다시 아플거라고 했고,
약을 끊는 순간 재발할거라고도 했고,
모든 것을 다 해 봤지만 재발한 사람도 있고.
다 하고도 죽은 사람도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도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단백질을 무조건 먹으라고도 하고,
단백질을 절대로 먹지 말라고도 하고,
병원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라고도 하고,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하다가 몸이 망가져 결국 죽게 된다고도 한다.

화학요법, 수술, 방사선, 호르몬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 싸우면 죽는 거라고 협박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든건지 모르겠어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