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카프먼이 꿈꾸는 터널.
이터널 선샤인, 말코비치되기, 어뎁테이션
내가 본 찰리카프먼(시나리오 작가)의 영화들이다.
일관되게 인간의 사고와 기억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의 작품을 보면 이건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된다.
컬트무비란 딱지가 붙어 다니는 이런 영화들은 사람들을 때론 혼란스럽게 하고, 한 두
시간 즐겁게 때우려는 요구를 만족시켜주진 않을 수 있다.
마빡이에 열광하는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가시간에서 조자 우리의 뇌를 파해치는 영화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게다.
하지만 우리가 이 영화들을 꼭 봐야할 이유 여기에 있다.
이 남자 찰리카프먼의 뇌 구조가 궁금하다!!
존 말코비치의 머리 속을 여행하는 <존 말코비치 되기>
찰리 카우프만이 다른 사람들의 정신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는 것과 그가 말하려고하는 이야기 속으로 그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알고 친밀해지길 원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관계는 단절되고 공허 할 뿐이다.
우린 “누군가의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자주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늘 부족하다.
카프먼이 우연히 찾은 말코비치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 말코비치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일종의 빙의 같기도 하다.
찾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들어가서도 그 사람의 내면을 알고 이해하기 보단 위장된 타인의 외피를 쓰고 여전히 단호한 내면을 지진채 항상 이기적인 관계만을 고집하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어뎁테이션(adaptation)
-원작 소설 ·희곡 ·다큐멘터리 등을 영화촬영에 알맞도록 개작하는 것
찰리 카프만과 스파이크 존스 감독이 다시 한번 뭉친 작품으로, 뚱뚱하고 대머리이며 성적 불만의 컴플렉스 가득한 시나리오 작가 형제(니콜라스 케이지 1인 2역)와 원작자(메릴 스트립)의 이야기로 이번에는 시나리오 작가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된다.
이 영화는 원작의 책을 각색하려는 작가에 대한 내용이자 그 자체로 각색된 것이다. 카우프만은 각색하는데 어려움이 있자 상상 속의 쌍둥이 형제 도날드의 도움을 요청한다.
찰 리가 그 토록 머릿속의 터널에 집착하는 이유가 자신의 콤플렉스를 잊을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을까?
어뎁테이션은 '난초증후군'_"꽃에 대한 광기나 욕망" 이라고 이해될 수 있는 정신적인 현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난초 증후군' 초기에는 기이한 아름다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형태, 3000종 이상의 다양한 난초들의 독특한 색과 향기에 대한 열정 등의 증세를 보인다.
일종의 중독이다.
현대인들이 톱니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탈출구를 꿈꾸며 살며, 일상에서 찾기 힘든 것들에 집착하고 중독되는 것을 표현한 듯도 하다.
"당신을 걷잡을 수 없이 중독 시키는 위험한 유혹... 그 어떤 과학으로도 사람들이 난초에 관해 느끼는 감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 난초는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 그래서 난초는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꽃이다." - 수잔 올리언 『난초 도둑』 중에서...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영화의 제목에 관한 설명은 인간의 망각에 대한 격언 두가지 중에 하나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격언 "행복은 순결한 여신만의 것일까?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e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ed.)"이라는 대사에 나온다. .
아픈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것을 선택한 남자.
자신의 기억속으로 들어가 기억이 지워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느끼는 혼란,
해리성 기억장애도 이런 과정이 있는 건 아닐까?
영화의 첫 장면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일상을 살아가지만, 아픈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혼란은 뇌의 구석어딘가에 켜켜히 박혀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사이에서의 갈등. 우린 그렇게 시간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며 살아간다
찰리카프먼표 영화들엔 코드가 있다.
때론 가볍게 때론 돌려서 때론 사랑이란 테마를 이용해 표현하고 있지만,
이 남자의 작품은 인간의 사고.와 심리에 주목하고 있다.
끊임없이 지우고 새것으로 채우기에 바쁜 우리를 보는 시선이다.
인간의 사고 속엔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존재 하는 건 아닐까?
사춘기시절 허황되다고 야단 듣던 내 고민의 일부이기도 하다 ㅎㅎㅎ
아직 나는 이런 터널을 꿈꾸고.있다.
지워져가는 내 기억을 붙잡고 싶은 동시에 잊고 싶은 동시에 기억하고 싶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꾸지만 나를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러니에 시달리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통로를 부지런히 찾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한다.
삶의 무료함을 물질에 대한 중독으로 자족하며 살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찾아야하는 것이다.
다시 사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