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의존 탐구생활] 술의 맛. :)
술의 맛. :)
_2012. 06. 25. 19:30~ 06. 26. 01:30
언제나 시작은 술이다.(19:30)
프레시안이 문화사업을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다큐영화 상영회를 한다고 했다.
<술자리다큐>"오 주여! 술은 예수도 춤추게 했다."_공미연 감독
첨 술자리 다큐 상영회 얘기를 아는 동생에게 듣고, 신청서를 보냈다.
독거처녀의 알콜의존성으로 어필해 보았다. 맥주 한 캔이 어떨땐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며.
오늘 이 영화는 위기의 독거처녀에게 헌정되어야 한다고.
영화보러 가기전에 친구들이랑 밥을 먹는데. 나의 선택은 북어콩나물해장국.
"또 술먹었어? 작작 먹어"
"이런거 먹고 회복하고 또 술 먹는 거잖아."
그러게 옛날엔 몰랐다 해장의 중요성에 관해.
시작은 문화생활이었다. 어라? 프레시안에서 캔맥주도 배포하였다. 우리는 미리 캔맥주라도 추가로 지참할까 했으나 영화시간에 늦는 바람에 담배한대 태울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들어갔다. 친구에게 물었더니 혼자사는여자 사연은 먼저 소개되었다고 했아. "아까비~~"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먹는 장면이 이어진다. 역시 술은 술 자체가 아니라 술을 먹는 사람들로 완성된다.
술 먹을 때 옆테이블의 대화를 엿듯는 느낌? 쟤들 저러다 사고 치겠다 싶은 생각?
익숙한 반지하방. 담배연기 자욱한 채 맞았던 어스름. 아빠랑 마주 않아서... "아!! 짜증나...."지만 꾸욱 참고 그래. 세대가 달라서 화법이 다른걸거야. 도무지 그의 사고는 이해 할 수 없어... 라며 대충 얼버무리던 기억.
영화는 그냥 너무 평범해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로 익숙함을 무기로 우리를 끌고 들어갔다.
늘 뭔가 핑게가 있어야 술이 맛있다. 영화도 보았으니.. 술을 마셔줘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너를 사랑하진 않았다. (21:00)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정치적 야욕따위 가져본 적이 없는.
범상치 않은건 편협함뿐인 독거처녀에게 술자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저 사사롭다.
안주거리로 정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허전함을 메우는 핸디코트같은 정도.
그러니 놀고 싶지 않은 애들이랑 술 먹을 이유가 없다. 그건 접대였으므로...
노력해야 할 곳은 많다.
술 자리를 빌어 사람사업을 한다던 때도 있었으나. 그래서 지금 남은것이 없는것은 아니나.
이제 그 새싹같던 시절은 지나간지 오래다.
그래 그 시절엔 술이 수단이었다. 그러니 수단을 사랑할 수는 없는 법. 이제 나이를 먹고보니, 수단도 목적이 될 수 있고,
누구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그렇듯. 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함정.
먹었다하면, 취하니까. 그니까. 술 먹고도 안 취하면 좀 서운하잖아?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은 그럴듯한 핑게와 명분은 술자리 흥응 돋운다는 것!
술 쳐먹고 쥘쥘짜면 안 괜찮아...(23:30)
술을 빌어 못했던 말을 하는 사람을 향해 거침없이 "넌 비겁해. 아웃!"을 외치고 산다.
왜? 쿨하게 맨정신으로 하지 술 취해서 그것도 다 기억할거면서 왜 그렇게 비겁하게 사는거냐고 탓했다. (물론 앞으로도 쭉 탓하며 살거다. 세상이 드러운건 다 너 때문이다.)
뭔가 기폭제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술이 취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서가 아니라.
그때 말하는 그 이유는 수많은 이유중 그저 하나일 뿐이다.
그게 뿌리든 가지든... 모든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하찮아 보이지 않을 만큼을 공개하면서 산다.
그 공개의 수위가 높아 보이더라도. 그건 공개할 만 하니까 한다는 말이다.
그 아래 뭐가 있는지는 늘... 상상 그 이상일테니. 굳이 파보려 하지 말길 바란다.
듣도보도 못한 걸 발굴하고는 식겁하게 될지 모르거든.
근데 말이야. 도망가고 싶어도 그 쯤 팠으면 책임져야 할 수도 있으니까.
발목 잡히기 싫거든 그 호기심천국은 잠시 접어 주시라.
내가 질질짜면 제일 쉽게 수면 가까이에 있는 것을 꺼내 들어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다는 걸 잊지마.
절대적 이유가 아니라는거지.
내 경우. 그 아래 밑바닥에 있는 그게 자기연민이더라고.
세상에 왜 먹구름은 나만 따라다니고, 왜 나만 그래. 왜 나한테만 이래. 그런거지.
Why does in always rain on me~♬ 노래도 있잖아?
걔 있잖아. 호수에 비친 지 얼굴 보고 반했다는.. 나르시스.
자기연민은 "나만봐~" 같은거지. 내가 나만 보고 있다는 거야. 나만 보니까 누구보다 불쌍한것도 나고,
누구보다 미운것도 나고. 그런거 같아.
그러면서, 남들 다 힘들다고 말하는 일에 굳이 그런일로는 안 힘들다고 우기게 되는 상황이 되지.
찌질하기로 치면, 이게 제일 찌질해.
나중엔 아주 말도 안되게 박박 우기거든.
그니까.. 이러저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때. 넘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건... 절대로 괜찮아지지 않는 일이야.
사랑도 충고도 타이밍이 관건! (01:00)
토닥토닥.
새벽1시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페이스북에 자해테러를 가하고 있을 즈음.
너의 갑작선 카톡... "토닥토닥" 아......... 어쩔거야. 이런 최악의 타이밍.
니가 아무런 의미없이. 날 뭘 안다고. 나한테! 왜 자신감을 가지라며 그 새벽에 씨부린건지 출처가 불분명한데 말이야.
난 너한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거든. 그런데도... 내가 위로받아야 한다고 느꼈나봐. (우 씨!)
넌 계속 주구장창 나한테. 힘내라고 말을 한다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힘 빠져.
그만해.
제발 날 위로하려 하지 말고 차라리 지구평화에 힘써. 아니면 돌고래를 사랑하든가.
제발 걷어줘. 관심. 위로.
반사!!!!!!!!!!!!!!!!!!!!!!!!!
술친구가 가져야 할 최고의 센스는 적당한 무심함. (01:30)
술친구들은. 적당한게 좋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너무 깊지도 않은.
그래야 질질짤 수도 있는것 같아. 너무 깊은 관계는 개입의 여지가 너무 많아.
개입의 여지는 늘... 평가를 낳고, 그 평가는 대안을 세우려하기 하거든..
세상 모든일에 대안이 있고, 그대로 실행가능하다면, 세상이 이렇게 새싹같진 않을거잖아.
근데... 내 친구들은 나를 정말 많이 알고. 내가 똑같이 틱틱거려도 좋아서 그럴때랑 싫어서 그럴때를 구분하는 내 친구들은 나에게 자꾸 가설을 들이대거나, 그러지 말라고 말해.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야.
그럴 수 있었으면, 내가 왜 이래?
그러니까 편하게 술먹을 수 있는 조건이라는건. 적어도 날 적대하진 않는, 나도 그들이 싫지 않은.
그러나, 나를 너무 깊이 알고 있진 않은.
나의 아동시절과 가족관계를 꿰뚫고 심리상담하려고 하진 않는.
그리고 나의 진상질이 하루만 지나면 잊혀지는 그런. 적당히 무심한 관계랄까.
이제 조금씩 관계 집착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것 같아.
이것도 술의 힘! 적당한 관계도 그만큼에서 썩 훌륭하게 작용한다고.
나처럼 경계가 명확한 인간들은 한번쯤 그 경계를 넘는것도 괜찮아.
모든경계엔 꽃이 핀다고 하니까.
술 쳐먹는데.. 우연히.. ㅋ 야생다큐가 나오더라고. 늘 생존 자체가 지상최대의 과제인 동물들에게 우울증이 올리가 있냐고. 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생긴게 우울증이라고. 그러니 딴 생각 할 시간이 있는게 문제라고.
딴생각. 헛생각. 뻘생각.
살다보면, 술 한잔 할 친구 있다는것만으로도 고맙고.
취한 밤, 집에가는 길이 좋기도 하고.
취기를 빌어 사고 치고 후회하기도 하는거.
싸우듯이. 증명하듯이. 그러지 말고. 좀 풀어가면서 살아야지. 자꾸 자학하지 말고.
결국은 술자리다큐 영화보러갔다가... 그 날밤 대략 민망한 시츄에이션에서..
술주정 대량방출하시고.
전화해서 욕하고, 길에서 울고.. 페이스북에 고백성사 남발하시고.
쪽팔림이 휘날렸다는.
이영화 그러니까.. 핑게 대고 술 먹기 아주 좋았다는... 그런...
<5줄 안팎의 글만 쓰다가.. 긴 글 쓰려니 너무 어렵군. 가끔 종종... 써야겠어. 일기>